★예쁜 이미지방

[스크랩] 물로 빚어진 사람.. 김선우

하얀장미 정원 2009. 6. 30. 12:17
 

 

 

 

월경 때가 가까워오면

내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 

 

 

깊은 우물 속에서 계수나무가 흘러나오고

사랑을 나눈 달팽이 한쌍이 흘러나오고

재 될 날개 굽이치며 불새가 흘러나오고

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발등엔

늘 조금씩 바다 비린내가 묻어 있네

 

 

무릎베개를 괴어주던 엄마의 몸냄새가

유독 물큰한 갯내음이던 밤바다

왜 그토록 조갈증을 내며 뒷산 아카시아

희디흰 꽃타래들이 흔들리곤 했는지

푸른 등을 반짝이던 사막의 물고기떼가

푹풍처럼 밤하늘로 헤엄쳐 오곤 했는지

 

 

 

 알 것 같네 어머니는 물로 빚어진 사람

가뭄이 심한 해가 오면 흰 무명에 붉은,

월경 자국 선명한 개짐으로 깃발을 만들어

기우제를 올렸다는 옛이야기를 알 것 같네

저의 몸에서 퍼올린 즙으로 비를 만든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

 

 

 

                                                                                                    화신..박효신

 

월경 때가 가까워오면

바다 냄새로 달이 가득해지네

 

                    

출처 : 물로 빚어진 사람.. 김선우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