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연이 아닐지도 몰라 / 이 보 숙
슬픔을 와르르 쏟아내는
뻐꾸기 울음에 눈을 떠
실눈 비비며 바라본 창밖
산 꼭지에 사람 하나 서성거리네
비가 그쳤나 보구나 내 오늘은
뻐꾸기를 만나 이야기를 해봐야겠네
왜 그리 처량하게 우는지를
뻐꾸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가슴이 싸하네
뻐꾸기야 가신 임을 그리워하면서
그 임도 너를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착각일지도 몰라
그건 우리가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일 거야
가버린 임이 그리움마저 없다고 생각하면
단 하루도 세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잖아
뻐꾸기야 이제 조금만 그리워하자
이제 처량한 울음이랑 울지 말고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하자
나도 그리움 하나 있어 마음 아프거든
어쩌면 서로 인연이 아닐지도 몰라.
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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