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멘파워비뇨기과 곽태일 원장
결혼을 한 부부 중에 거의 절반이상이 이혼을 한다는 미국에서 이혼한 적이 없는 부부의 결혼 만족도를 조사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거의 2/3가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고 이혼할 가능성이 있는 부부였는데, 불만이 있는 부부 중에 40%는 모든 것이 싫다고 했고, 14%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할 수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15%에서는 불만이 끝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했다.
부부생활에서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부부 중에서도 1/3은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고, 1/3은 성적인 문제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흥미로는 사실은 성적인 문제만 두고 보면 부부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부보다 만족도가 두 배 이상 높았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성적인 만족도가 정신적인 친밀도와 비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성문제가 단순하게 육체적인 문제만이 아닌 정신적인 만족도와 매우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이 조사 결과는 우리 나라 중년부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 부부 사이에는 전혀 성문제가 없는 것인가? 아직까지는 성문제가 부부 사이에 대화의 주제로써 자리 잡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여도 초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발전하여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단지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내부로는 심각하게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2개월 간 성관계 전무, 신혼부부
최근에 필자가 운영하는 비뇨기과에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명의 성장애 환자가 찾아왔다. 한 명은 30세 새 신랑이었고 다른 한 명은 결혼 22년째인 50대 남성이었다.
새 신랑은 결혼 후 2개월 동안 전혀 성관계를 하지 못하였다며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증상을 설명하였다. 부인의 질이 열리지 않아서 삽입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단순하지 않은 문제로 생각되어 좀 더 깊은 대화를 시도해보니 문제점이 보였다. 신랑과 신부가 요즘 보기 드물게 신혼 첫날밤이 정말로 말 그대로 첫 성관계였던 것이다.
신랑은 긴장한 나머지 신부가 준비가 되기도 전에 삽입을 시도하였고 신부의 심한 통증 때문에 실패하였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신부의 통증으로 실패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었다고 하였다. 신랑은 이런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부인에게 심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초보운전에 해당하는 두 사람이 연습도 없이 고속도로에서 과속하여 일어난 상황. 이런 상황에는 부부 공동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다음에 부부가 같이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유하면서 해결책으로 행동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했다.
행동요법은 처음부터 삽입성교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부부간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여 단계적으로 삽입성교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래서 서로간의 성적인 친밀도를 높이는 행위로부터 점차 신부의 성감대를 개발하는 훈련으로 진행하였다. 두 사람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약 한 달 후에 신랑으로부터 삽입성교에 성공하였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가지고 서로 대화하면서 치료에 임한 두 사람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밤이 싫다....
아내만 아니면 OK, 중년 부부
50대 남자는 이 경우와는 반대로 발기력 약화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검사도 필요 없다며 경구용 발기유발제의 처방만을 원했다. 하지만 발기력 약화를 원인으로 병원에 온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 좀 더 상담을 해본 결과, 이 남성의 문제점은 다른 여성들과의 성관계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유독 부인과의 성관계에서는 금방 발기력이 소실되는 것이었다.
결혼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부인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기초 화장도 하지 않는 모습, 트림이나 방귀 같은 생리적인 현상까지도 싫다는 것. “성적 매력이라고 전혀 없는데 원활하게 성관계가 될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면서 의무 방어전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발기유발제를 처방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역시 부부 공동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를 권유하였지만, 끝까지 완강하게 거부하고 처방만 받아가고 말았다.
이 경우는 부부간의 익숙함이 성적 매력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된 결과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의 감정이 지속되는 기간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18개월이다. 그 후에는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안주하여 서로에게 익숙해져 간다. 단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짝짓기를 하는 동물도 좀 더 우수한 종자를 받아 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선택을 하고, 수컷들은 선택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이런 노력이 부족하면 서서히 부부간의 위기가 다가온다. 이런 때는 성적으로 좀 더 적극적이 되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평소 부부간 대화가 많으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성적인 문제들도 별문제 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우리의 밤, 문제없는 걸까?
지금까지 서로간의 대화가 부족하였던 부부들은 어느 날 계기를 만들어서 서로간의 성적인 만족도에 대해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또한 애무를 하거나 체위를 선택할 때 지금과는 다르게 아내에게 리드하도록 기회를 주어 보자.
문제는 솔직함과 친밀감이다. 서로 간에 솔직하게 말하면 친밀감이 쌓이고 이런 경우 남편에게 조루나 발기력 약화가 생기거나 아내에게 불감증 같은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와도 서로 간에 부담이 훨씬 덜하다. 문제의 해결 또한 빠르고 쉽게 이루어진다. 결국 성적인 만족도는 정신적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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